고등학교 첫 중간고사 성적표가 나온 날, 담임 선생님은 온종일 싱글벙글 웃었다. 반에서 전교 1등이 나왔는데, 심지어 단 하나밖에 안 틀려서 평균이 99.87점이었다. 드문 일이었기에 경사였다. 성적 높은 애들이 많아서 전체 1등 반이었다. 배치를 어떻게 했는지, 평균 90점 이상은 우리 반에 다 모였다. 다른 반에 배정된 중학교 친구는 91점으로 3등이라...
왜 사람들은 연애하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까? 마치, 밖에 있든지 집에 있든지 거의 습관처럼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과 비슷한 느낌일까? 여기서 집이라는 공간은 편안하고 아늑하며 이상적인 가공의 공간과 다름없다. 위안을 주는 안식처. 나는 한동안 사람들이 인식하는 연애라는 관계도 이와 꽤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집에 있다고 해서 언제나 좋고...
올해는 몇몇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 안부 카톡을 보내지 않았다. 연락이 꺼려지는 유형은 다 서로 뇌를 복사한 사이인가 싶을 만큼 엇비슷한데, 공통점은 크리스마스에 과도한 가치를 부여하면서 스스로 시궁창으로 빠뜨린다는 점이다. 괜히 인사를 건넸다가 '솔크' 타령을 들으면 모처럼 음악을 듣고 영상을 보면서 만끽하던 크리스마스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다. 단톡방에서...
아들이에요, 딸이에요? 교회에 새 아기가 보인다. 사람들은 경쟁하듯이 몰려가서 아기를 어루만지고 성별을 묻는다.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가 궁금한 건 교회 밖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교회 사람들의 전통적 성 역할 부여는 21세기가 맞는지 놀라워질 정도다. 사실 영유아는 특별히 머리 스타일이나 옷으로 구분해두지 않는 한 성별을 알아보기 어렵다. 어릴 땐 이...
20대 초반에 다닌 교회는 청년부 활동이 왕성했다. 난 청년부에 소속하지 않았으나 많은 애정사가 이뤄졌다는 건 들어서 알고 있었다. 난 남의 연애에 조금의 관심도 없으며 특히 이성 연애는 더 듣고 싶지 않은데도 우리 집에 놀러 온 성도들을 통해 내 귀에 들어왔다. 그리고 곧 찜찜한 공통점을 발견했다. 이야기의 중심은 20~30대의 여성 청년들이고 주로 부정...
글을 시작하기 전에 밝혀두겠다. 난 크리스천 집안에서 태어났다. 유아세례는 받지 않았고 교회는 초등부 때부터 강요에 의해 다녔다. 집안의 특수한 사정(이 이야기를 읊자면 글의 본령에서 어긋날 뿐더러 내 신상을 유추하기 쉬우니 넘기도록 하겠다!)으로 교회를 몇 번이나 옮겼는데, 공통적으로 발견한 정서가 있다. 바로, 약자 혐오. 그렇다. 이 글은 한국 교회 ...
나는 꽤 순한 아이였다. 울지도 않고 떼쓰는 일은 전무했다. 눈치가 빠르고 어른스럽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어린이가 어른스럽다는 말은 얼마나 이상한가. 애초에 어른이라는 개념이 뭘까? 어른의 입맛에 맞는 아이겠지. 내 가족은 이런 아이라면 몇 명은 더 키우겠다는 칭찬을 들었다. 어른들의 회상에 의하면 손이 안 가는 아이였던 건 맞다. 난 성장이 빨랐고 말도...
고민 들어드려요. 일상 이야기 환영. 사심 x 사생활 묻지 않고 자기소개 없이 랜선친구로 떠드실 분 구해요! 온통 다수자 중심적인 이야기를 듣고 와서 지친 날, 충동적으로 일을 저질렀다. 가입만 한 다음 방치한 곳에 글을 올리고 알림이 울리길 기다렸다. 슬슬 새로운 친구가 필요해진 시점이었다. 아주 깊은 사이는 말고, 서로 구애받지 않고 이야기하며 가볍게 ...
20대 초반, 내 인생에서 가장 연애 욕구가 낮았던 시기이다. 청소년기에 꽤 밀접하게 엮인 관계들이 있긴 했으나 딱히 더 로맨틱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싶었던 건 아니기에 애초에 욕구가 없거나 적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스무 살이라는 나이에 큰 의미부여를 하지 않았다. 시끄럽고 어두운 곳에 트라우마가 있어서 클럽 등 유흥 문화는 즐길 수 없었으며 그...
처음부터 진한 소속감을 원하지 않았다. 그저 조금이라도 비슷한 사람과 친구를 하고 싶은 정도였다. 그런데 그 여정이 너무 길고 번거롭고 복잡했다. 친구가 되려면 서로 공유하는 부분이 많아야 했다. 내 일상에 대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를 풀어냈으나 결국 질문은 한 지점에 머물렀다. 혹시 애인 있어요? 어떤 스타일 좋아해요? 지금 좋아하는 사...
처음으로 어떤 위화감을 느꼈던 순간을 기억한다. 사실 그 위화감은 언제나 내게 크게 자리해 있었다. 초등학교 친구들과 순정만화를 볼 때 감상하는 관점이 달랐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5~6학년만 되면 좋아하는 오빠 이름에 부인을 붙여가면서 연애적인 상상을 하곤 했다. 때로는 실제 남자아이들에게 관심이 옮겨가기도 했다. 중학생이 ...
언젠가 형제 관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온 친척을 다 합해도 막내라서 내 사촌은 나랑 평균적으로 10살 이상 차이가 난다. 이 이야기를 들은 한 사람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아, 그렇구나. 그럼 그 사람들은 다 이미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자녀도 있겠네? 대체, 왜? 왜 그렇게 생각하지? 물론 결혼한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비혼도 꽤 존재했...
몰랑이🐰마법소녀물/고전만화/에이젠더플럭스 회색이 싫은 에이로 에이스 / #렛세이6기_페리윙클 클래식음악 발레 색채학 / 언팔 오류 / FUF FREE / TE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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